최상영
저자는 주일대사 출신으로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다.

한국 외교사에서 냉전 시대 이승만 대통령의 대미 외교와 탈냉전 시대 김대중 대통령의 대일 외교는 시대정신에 걸맞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신냉전 상황에 직면한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외교를 패키지로 강화하는 임무를 맡았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 한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권에 편입되어 미국의 승리에 동참했다. 그러나 신냉전은 미·소 냉전의 반복이 아니므로 적절한 외교적 판단과 선택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

냉전은 그 범위가 전 세계적이었고 갈등의 핵심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블록의 체계적인 양극화였습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이데올로기적 절대주의 시대였다. 그리고 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 정권이 차례로 무너지면서 탈냉전 시대가 열렸다.

오늘날 우리는 또 다른 전환기에 살고 있습니다. 소련 사회주의 혁명은 70년 후에 실패했지만 중국 사회주의 체제는 70년 후에도 살아남았다. 중국은 이제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정당화하는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다.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은 이념은 다르지만 시장경제의 보편성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신냉전은 21세기 냉전의 한정된 사례로 취급되어야 한다. 한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대응을 해야 합니다.

윤 정부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틀을 유지하면서 핵·미사일 도발을 가중시키는 북한과의 평화공존 여건을 조성해야 하는 딜레마를 풀어야 한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성공적으로 주선해 경제교류 중심의 상호협력 가능성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윤 정부는 한중일 정상회담을 주최하고 적절한 주제를 주최국으로 선정해 양국을 이끌어갈 외교실을 만들어야 한다.

윤 정부의 대일외교는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통해 국익을 지속적으로 증진시켜야 한다. 두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일본은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발표한 공동선언을 계승하기로 약속했다. 이번 선언은 “진심 어린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에 대한 양국 대통령의 첫 합의다. 당시 두 정상은 상호인정을 통한 화해와 협력을 촉구했다. 한일 양국은 극심한 갈등 속에서도 한류, 학술 공동연구, 월드컵 공동개최 등 화해 분위기를 유지하며 각각의 이슈를 개별적으로 대응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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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일본의 주류가 제국주의 전통을 지켜온 보수정치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1955년 이후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일본의 보수정치는 미국이 발족한 평화헌법 아래 성장했지만, 그 뿌리는 메이지유신이라는 제국체제가 확립한 보수적 민족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두 차례의 정상회담으로 한일 국교 정상화의 문이 열렸다. 두 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의 점령과 동맹 등 비슷한 경험을 했다. 냉전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한국, 일본, 미국은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념을 공유하며 동북아 정치의 중심축을 이루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인구 5000만명 이상,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달러 이상인 7개 선진국에 속한다. 인권 분야에서는 ‘아시아적 가치’를 뛰어넘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며 비핵평화체제를 유지하면서 7대 군사강국으로 꼽힌다. 한일 간 협력과 신뢰가 커질 때 미국과 중국이 민족주의 정치를 신냉전 시대로 몰아가 유럽연합(EU)과 협력해 독일과 프랑스의 역할을 하는 것을 견제할 수 있다.

윤 정권은 대내외적으로 엄청난 난관에 봉착했지만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정치적 수완으로 이겨내야 한다. 정부는 대일 외교에서 국민통합을 무너뜨리는 여론 양극화를 막아야 한다. 건설적인 비판은 대안과 함께 받아들여야 합니다. 합리적인 비판이 외교적 협상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 불만과 야당의 반발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을 제시하고 솔직하게 설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

중앙일보 직원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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